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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냄새를 원해요 VOGUE 남다른 후각을 자랑하는 이들의 10인10색 향기 페티시.

    강아지 발바닥 냄새, 지하철 델리만쥬의 달콤한 맛, 온몸이 나른해지는 W호텔 로비의 아로마 향… 주위를 둘러보면 지금 당장 조향사로 변신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향들로 가득하다. 남다른 후각을 자랑하는 이들의 10인10색 향기 페티시.

    이런 냄새를 원해요 이미지 1

    연필심 초등학교 시절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연필에서 샤프로의 ‘세대 교체’를 빼놓을 수없다. 모나미 볼펜 껍데기에 몽당연필을 끼워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엔 연필 구입조차 쉽지 않다. 아직까지 추억의 연필깎기 ‘샤파’를 집에 두고 사용할 만큼 소문난 ‘연필 애호가’인 나에게 이제 막 깎은 흑심의 향은 그 어떤 값비싼 향수보다 유혹적이다.-레이먼 킴(‘시리얼 구어메’ 셰프)

    주방과 오븐, 그리고 아이의 살 냄새 내겐 원시의 식욕을 돋우는 두 가지 냄새가 있다. 깨끗이 정돈된 주방의 냄새(누군가는 비릿하다고 하지만)와 오븐에서 갓 구워낸 빵 냄새가 그것. 돈 주고 살 수 없는 파우더리 향의 극치는 내 아이의 살 냄새다. 아마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박찬일(요리 연구가)

    닥터 페퍼 평소 탄산음료보다 허브티를 선호하는 편인데, 한 가지 예외인 것이 있으니 바로 닥터 페퍼다. 닥터 페퍼 특유의 체리 향에 매료돼 마실 때마다 유리잔에 코를 박고 향을 음미하곤 하는데, 콜라와는 또 다른 그윽한 달콤함이라 향수로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다.-씨엘(2ne1 리더)

    강아지 발바닥 강아지를 키워본, 혹은 키우고 있다면 잘 알 것이다. 그들의 ‘발 냄새’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지금부터 10년 전 부모님을 졸라 입양한 랄프(코커스파니엘)는 학업 스트레스를 날려준 가장 좋은 친구였다. 프로펠라 마냥 새차게 흔들어대던 꼬리와 누룽지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고소하고 ‘콤콤한’ 발 냄새는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자꾸만 생각나는 이 중독성 있는 향의 출처를 알게 된 후로는 살짝 망설여지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엄마, 우리 다시 강아지 키우면 안 돼요? 제발!-[보그] 뷰티 에디터 이주현

    초콜릿 컵케이크 오븐에서 꺼내기 직전의 초콜릿 컵케이크 냄새를 모아 향수병에 담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때 바닐라 에센스를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포근하고 달콤한 향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유독 초콜릿 컵케이크(바닐라 에센스를 넣은)를 구울 때면 손님들이 ‘지금 어떤 컵케이크를 굽고 있느냐’고 물어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데, 냄새만 맡아도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 날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듯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초콜릿 컵케이크 향수가 나온다면 디저트를 좋아하지만 살이 찔까 죄책감을 느끼는 20~30대 여성들이 향기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샘(‘이샘 컵 케이크’ 대표)

    스트로베리 아이스크림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어김없이 딸기 맛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특히 크리미한 ‘목 넘김’이 예술인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선호하는데, 디저트 종류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을 때 하겐다즈는 나를 위한 최고의 사치였다. 경건한 마음으로 포장을 뜯어내고 뚜껑 아래 달린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한입 가득 떠먹는 순간 복잡한 머릿속은 거짓말처럼 맑아지니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이 또 있을까? 토스터에 갓 구워낸 버터식빵 냄새도 욕심난다. 이름은 ‘브레드 앤 버터’가 어떨까?-심연수(홍보대행사 ‘브랜드 폴리시’ 대표)

    비에 젖은 아스팔트 언제인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소나기가 내린 직후 시멘트, 먼지, 빗물이 섞인 오묘한 향을 맡고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은 적이 있다. 키엘 향수 중에 비 내린 숲속을 모티브로 탄생한 ‘포레스트 레인’이 있었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아스팔트 레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강기태(향초 브랜드 ‘메종 데 부지’ 대표)

    새 옷 냄새 테이의 ‘추억은 향기를 남기고’란 노래처럼 향기 하나로 타임머신을 탄 듯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1990년대 욕실 필수품이자 추억의 비누 럭키 드봉이나 두보레는 동심을 자극하는 뷰티 매개체. 비닐에 쌓인 새 옷 냄새도 좋아하는데 쇼핑한 날의 설렘이 고스란히 전달되니까!-구은애(모델)

    3M 스카치 테이프와 로스팅 커피 초등학교 시절 미국에 사는 이모로부터 받은 편지엔 독특한 냄새가 풍겼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가 보내온 편지에서도 비슷한 향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모두는 봉투에 붙여진 흰색 불투명 테이프, 3M 접착제로부터 비롯된 것.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더불어 그리움을 자극하는 그 향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한 가지 더,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에선 분쇄할때와는 또 다른 깊고 진한 우디 버터 향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부암동 ‘클럽 에스프레소’와 신사동 ‘허영만의 압구정 커피’에서 풍기는 바로 그 향이면 참 좋겠다.-김명진 (향초 브랜드 ‘프리드 코리아’ 대표)

    해질 무렵 공기 오후 다섯 시에서 여섯 시 사이, 노을이 질 무렵 코끝을 스치는 공기 냄새를 잊을 수 없다. ‘노을 냄새’라는 애칭을 지었을 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숨을 깊이 들이쉬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져 요즘도 촬영 중간중간 이 시간만 되면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곤 한다.-박수진(배우)

    출처:패션/뷰티 > VOGUE